시간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그들은 최대한 빠르게, 최소의 인원만으로 팀을 꾸려 방벽을 나섰다.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고,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이었기에 이동 중 만나는 적은 우회하기 보다는 모두 처리했다. 여진우는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실로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적어도 그의 신체가 변화하고 나서는 어떤 임무를 얼마나 오래하던, ...
K이가 이끄는 팀이 떠난 직후 여진우는 황백희와 편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4명의 핵심 인원이 자리를 비운 만큼 방벽에 공백이 생겼다. '검은 후드'의 적을 안심할 수는 없지만, 당장은 크게 위험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형의 존재'가 어디서 정보를 얻어 쳐들어 올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 더더욱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핵심인 원 4...
심문이 끝나고 우리는 주요 인물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다행히 전쟁 중인 터라 모두 급작스러운 회의에도 불만은 없었다. 사실 급작스럽다 하더라고 다들 자기가 맡은 방벽을 둘러보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할 일이 없기도 했다. 먼저 같이 심문실로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 심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검은 후드의 본거지를 알아내기...
영원한 것은 없었다. 작은 씨앗에서 잎사귀가 나고 꽃봉오리가 져 꽃잎이 만개한 후 반드시 시든다. 별반 차이 없이 모든 것은 되풀이된다.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영롱한 빛에서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그 일련의 일들을 꽃잎과 씨앗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장담컨대 모든 것은 시간이 흐름에 사라진다. 눈앞에서 사라지고 손...
우리라는 이름아래 우리라는 명목아래 묻혀버린 나의 존재. 다름은 오답으로 하나의 정답으로.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는 누군가의 소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누군가에게 동조되어 정답이 되어 버린 것. 우리라는 이름아래 우리라는 명목아래 한 가지로 결정된 길은 정답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개인의 욕구일 뿐.
물끄러미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파도에 쓸려오는 모레알에 부딪혀 닳고 닳아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 뭐가 이쁜지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는다.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며 가진 것들과 비교하고 주머니를 채워간다. 묵직해진 볼록 튀어나온 주머니에, 양손 가득 유리 조각을 들고선 달려온다. 양손 내밀며 모아둔 유리 조각을 자랑하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물...
영결식이 진행되던 날은 유난히도 을씨년스러웠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고, 그 먹구름도 평소와는 달랐다. 마치 하늘에 지진이라도 난 듯 잿빛 구름이 물결치고 있었다. 나아가 그 구름 사이로 태양의 오늘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오면서 신비로우면서도 스산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치열했던, 하지만 인류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던 첫 전투의 전사자들의...
한때의 봄 같은 것.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오롯이 한 사람에게만 다르게 다가오는 것. 시작이 언제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고 분명히 스며들었다 할 수 있는 그런 것. 알면서도 안되고 안되지만 알고 있는 취한 듯 구분이 어렵지만 또렷하게 부르는 것. 평생 함께 할지는 몰라도 평생 함께 하고픈 그런, 그런 사람. 한때의 봄을 지나 다시 봄을 만나기까지 쉽지 않...
적들은 서로 싸우느라 인간들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들은 오로지 앞에 있는 적을 물어뜯고 공격하는데 모든 정신을 쏟아내었다. 그들은 적당히 공격을 가하는 척하면서 뒤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방벽 앞에 준비된 절연체 위에 모두 올라 선 뒤 여진우는 임동주가 준 무기를 둘러맸다. 무기는 네모난 상자처럼 생겼는데, 마치 큰 배터리 모양과 비슷했다. ...
눈 내리는 겨울의 어느 날 춥기도 포근하기도 했던 그날 두 손잡고 약속했던 그 말. 꽃 피는 봄이 찾아오면 꽃 한 송이 건네어 주고 꿈보다 현실에 사는 여름엔 더위 식혀줄 비가 되고 구름 없는 바람에 부대끼는 가을 저무는 노을 보일 때쯤 다가와 다시 찾아오는 추운 겨울엔 눈처럼 살며시 다가올 것이라 약조했던 그 말. 여전히 그날의 그 약속 믿고 있기에 꽃 ...
전세의 바람은 그들의 생각보다 빠르게 기울었다. 눈앞에 보이는 적의 숫자로 압도된 분위기를 여진우가 나서 겨우 돌려놓았다. 그러나 곧바로 이형의 존재와 귀매들이 싸우지 않는 모습으로 처음으로 돌려놓았고, 끝없이 내릴 비는 그들의 기세를 깊게 짓눌렀다. 적들의 진군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것들은 비가 내리는 것을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지금까지...
3문으로 향하는 동안 여진우는 박민혜가 언급했던 가정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영원히 꿈꾸는 것을 선택했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이라면, 만약 영원히 꿈꾸는 것을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 져 깨어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놨다면 어떻게 만들어 놓았을지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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